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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WEEKLY BRIEFING] 탄소 배출권 규제도 헤지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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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OONG VENTURES' BI-WEEKLY BRIEFING

탄소 배출권 규제도 헤지가 될까요

Plus, 출력제어가 손실에서 정산으로 · AI 인프라의 청구서는 누구 앞으로 · 기업들은 AI 원칙은 밝혔지만 고용 영향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소풍벤처스 리서치펠로우 박윤중입니다. 격주로 기후자본·임팩트투자의 주요 이슈를 소풍벤처스의 시각으로 짚어드립니다.

이번 호 한눈에 보기

▪  THE BIG STORY · 명목가격과 실효비용. 같은 탄소 배출권이라도 무상할당, 헤지, 원산국 공제, 검증 방식에 따라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이 달라집니다.

▪  ALSO · 출력제어가 손실에서 정산으로. 육지에서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에 정산금이 붙었고, 첫 시즌 성적표가 지난주에 나왔습니다. 재생에너지 자산의 가치가 예측과 응답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  ALSO · AI 인프라의 청구서. 미국에서는 자금 구조가, 한국에서는 접속 심사가 병목입니다.

▪  THE AI LENS · 세지 않는 것. 주요 기술기업 200곳 가운데 AI의 고용 영향을 언급한 곳은 13%에 그쳤습니다.

■ THE BIG STORY - 같은 가격, 서로 다른 청구서

탄소 배출에 값을 물리는 제도는 오랫동안 기업이 감당해야 할 규제였습니다. 지난 몇 주 사이 그 부담의 시점을 늦추고, 가격 변동성을 헤지하고, 중복 부담과 검증비용을 줄이는 장치가 차례로 등장했습니다.

제주 풍력발전기 Photo by Herztier Kang on Unsplash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브리핑에서 "탄소 제거의 편입 규정과 무상할당 폐지 일정"을 지켜보자고 적었던 EU 배출권거래제 개정 논의가, 7월 17일 실제 제안으로 나왔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상 업종의 무상배출권 폐지 시점을 2034년에서 2038년으로 미루는 안을 내놨습니다. 무상배출권은 탄소비용을 그대로 물리면 값싼 역외 제품에 밀리는 철강·시멘트 같은 업종에 배출권 일부를 무료로 주는 장치이고, 이번 안은 이미 줄이기로 했던 물량의 15%를 2028년부터 되돌리는 방식으로 그 곡선을 완만하게 폅니다.

다만 그냥 미루는 것은 아닙니다. 2031년부터는 기업이 검증된 탈탄소 투자계획을 제출하면 80%를 먼저 주고, 나머지 20%는 계획의 이행과 유의미한 배출감축을 입증한 뒤 받는 구조가 붙었습니다. 설비를 샀다는 사실과 실제 배출이 줄었다는 사실은 다르므로, 업계는 시간을 벌고 EU는 그 시간이 성과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지렛대를 쥐는 교환입니다. 이 개편안은 확정된 제도가 아니라 이사회와 의회 협상을 앞둔 제안이고, 7월 23일과 24일 더블린 비공식 환경·기후장관회의에서는 이 조건부 지급을 두고 회원국 간 입장차가 드러났습니다.

같은 주 시장은 다른 답을 내놨습니다. EU에 철강·시멘트를 수출하는 기업은 2026년 수입분부터 제품에 담긴 탄소량만큼 CBAM 인증서를 사서 내야 하고, 첫 신고와 제출 기한은 2027년 9월 30일입니다. 문제는 그 인증서 가격이 EU 배출권 시세에 연동돼 출렁인다는 점입니다. 튀르키예 최대 민간은행 가운데 하나인 가란티BBVA가 이 불확실성을 겨냥한 기업용 금융상품을 출시했고, 첫 거래 상대는 튀르키예 시멘트기업 메드셈시멘트그룹이었습니다. 메드셈은 2027년 부담할 CBAM 인증서 가격위험의 일부를 파생상품으로 헤지했습니다. 가격 상승 위험을 줄이는 대신 가격이 하락할 때 얻을 이익 일부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불확실한 규제비용을 예측 가능한 항목으로 바꾼 것입니다.

일주일 뒤에는 통상 쪽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7월 30일 다르판 자인 인도 상공부 차관보는 인도·EU 자유무역협정의 CBAM 부속서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원산국에서 실제로 낸 탄소 비용을 공제하는 원칙은 CBAM 제도에 이미 있습니다. 부속서는 공제액의 계산과 증빙, 인도 검증기관의 인정 방식을 양측이 협의할 통로를 둡니다. 자동적인 면제가 아니라, 기존 공제 원칙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이행 협력입니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장치도 같은 문서 안에 있습니다. 이번 개편안은 배출권 상한을 2억 5,000만 개 늘려 2031년부터 2040년까지 집행위가 경매하고, 그 수익으로 같은 양의 영구 제거를 사들이는 구조를 제안했습니다. 초기 구매 대상으로 제안된 것은 EU 탄소제거인증체계 인증을 받은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BioCCS)과 직접공기포집저장(DACCS)이고, 개별 기업이 배출권 대신 탄소 제거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집행위가 중앙에서 구매하는 공공조달에 가깝습니다. 입법이 완료되면, 유예가 부담을 뒤로 미는 동안 제거 수요는 앞으로 당겨질 수 있습니다.

왜 중요한가. 이번 뉴스들이 함께 보여주는 것은, 배출권 가격표 하나가 곧 기업의 탄소 비용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같은 EU 배출권 시세를 놓고도 무상할당을 얼마나 더 받는지, 가격 변동을 헤지했는지, 원산국에서 낸 탄소 비용을 공제받는지에 따라 기업이 실제로 치르는 금액은 크게 달라집니다. 명목가격과 실효비용 사이의 간격이 이번 개편으로 더 벌어졌습니다.

투자자에게 이 간격은 두 갈래의 수요 곡선으로 나타납니다. 배출 기업의 탄소 비용을 줄여주는 것을 파는 기업, 즉 저탄소 소재와 공정 전환, 포집 설비는 실효비용이 충분히 높아져야 고객이 지갑을 엽니다. 반면 배출량을 측정하고 검증하고 신고하는 일을 파는 기업은 제도가 존재하고 신고 의무가 살아 있기만 해도 수요가 생깁니다. 이번 유예는 앞의 곡선을 뒤로 밀고, 인도 부속서와 CBAM 신고 일정은 뒤의 곡선을 앞으로 당깁니다.

그래서 기후테크 실사의 질문은 좀 더 뾰족해질 수 있습니다. 이 기업의 매출은 탄소 가격의 수준에 걸려 있는가, 아니면 제도의 존재 자체에 걸려 있는가.

한국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미 무역 흐름이 먼저 움직이고 있습니다. 스페인 합금업체 아세리녹스는 2분기 자료에서 유럽 스테인리스 판재 수입이 상반기 31% 급감하고 수입 점유율이 24%에서 16%로 내려갔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자신은 CBAM과 7월 1일 발효된 무역구제 조치를 나란히 원인으로 듭니다. 후자는 연간 쿼터를 55% 줄이고 초과분 관세를 두 배로 올린 조치입니다. CBAM 몫만 떼어낼 수는 없지만, 첫 인증서 제출과 현금 정산이 이뤄지기 전부터 역외 물량이 줄고 역내 생산자에게 유리한 시장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방향은 남습니다. 한국 철강 수출이 서 있는 자리가 정확히 그 반대편입니다.

그런데 지난 2주에 나온 국내 소식은 그보다 앞 단계를 가리킵니다. 기후솔루션의 시나리오 분석은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이 한국산 철강을 수입하며 부담할 CBAM 비용을 2030년 기준 5,950만 달러에서 9,920만 달러로 추산합니다. 현대차가 공시한 금액은 약 140만 달러입니다. 같은 분석의 영문판은 이 격차를 모델 추정 기준 42배에서 70배로, EU 기본값과 확정기간 인증서 계산을 적용하면 최대 100배까지로 제시합니다. 눈여겨볼 것은 배수가 아니라 그 원인입니다. 보고서는 공시된 140만 달러가 2030년이 아니라 CBAM 부담이 시작되는 2026년의 가정에 가깝다고 봅니다. CBAM 부담 비율이 2026년 2.5%에서 2030년 48.5%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단계적 부담 확대 일정을 반영했는지가 먼저이고, 검증된 배출 데이터의 부재가 그 위에 겹칩니다. 인도는 협상 테이블에서 공제를 다투고 튀르키예 기업은 값을 고정하는데, 둘 다 자기 배출량을 알아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반대편에서 보면. 환경단체와 연구자들은 이번 개편을 세계에서 가장 실효성 있는 기후법의 약화로 비판합니다. EU 배출권거래제 적용부문의 배출은 2005년 이후 절반 가까이 줄었고 한국과 캘리포니아 제도의 모델이 된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사건들에는 다른 결도 있습니다. 소풍의 관점에서 보면, 은행의 헤지 상품 출시는 적어도 일부 기업이 CBAM 비용의 변동성을 일회성 규제 충격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반복적 위험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고, 유예에 투자 조건을 붙이고 제거 구매를 상한 안에 넣은 설계는 규제를 산업재정 수단으로 바꾸는 쪽에 가깝습니다. 약화인지 정착인지는 20% 조건부 지급이 입법 과정에서 살아남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볼까요. 개편안이 이사회와 의회를 거치며 조건부 지급이 살아남는지, 인도·EU 협정의 CBAM 부속서 최종 문안이 원산국 탄소 비용의 인정을 실제로 담는지, 그리고 국내 기업들의 CBAM 신고인 등록과 배출 데이터 검증이 어디까지 진행되는지입니다.

■ ALSO - 제주의 실험이 호남에서 첫 성적표를 냈습니다

7월 29일, 육지 재생에너지 준중앙 급전제도의 첫 시즌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가상발전소 기업 해줌은 전력거래소 등록 용량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233메가와트를 운영했고 평균 이행률이 96.19%였다고 발표했습니다. 한 기업이 첫 시즌 자원의 절반을 운영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배경부터 짚습니다. 전력망은 생산과 소비가 실시간으로 맞아야 유지되기 때문에, 전력거래소는 발전소에 전기를 더 만들라거나 줄이라는 지시를 상시로 내립니다. 석탄·가스는 처음부터 이 체계 안에서 돌았지만 육지의 비중앙급전 태양광·풍력 자원은 이 체계 바깥에 있어, 전기가 남으면 일방적으로 차단당했습니다. 그 차단이 출력제어이고, 육지 비중앙급전 자원에는 별도의 시장 정산 경로가 사실상 없었습니다.

그 경로가 올해 열렸습니다.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 운영제도는 2024년 10월 시범 도입됐고, 전력거래소가 1월에 예고한 대로 올해 3월부터 태양광·풍력까지 참여 범위를 넓혀 정식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원격제어 장비로 1분 안에 출력을 조절할 수 있게 갖추고 다음 날 발전량 예측을 제출하면, 지시에 따라 출력을 줄이는 대신 그 협조에 대한 정산금을 받습니다. 봄철 운영분에는 호남에서 태양광 4개 설비 341.2메가와트, 풍력 1개 51.7메가와트, 소규모 자원을 묶은 집합형 21개 78메가와트를 합쳐 470.9메가와트가 참여했습니다. 해줌은 이 기간 전력거래소로부터 킬로와트당 9.42원의 정산금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온 미래는 제주에 있었습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20%를 넘긴 제주에서는 2024년 6월부터 실시간시장과 재생에너지 입찰제가 전국 최초로 시범 운영돼 왔고, 그 설계가 올해 육지로 넘어온 셈입니다.

왜 중요한가. 출력제어는 오랫동안 재생에너지 자산의 손실 항목이었습니다. 이제는 예측과 응답 능력에 따라 정산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발전량이 같더라도 원격제어 가능 여부와 예측 정확도, 지시 이행률이 시장 참여와 정산성과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제주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변화가 이미 일어났습니다. 재생에너지 입찰제 도입 뒤로, 입찰에 참여한 발전기의 출력 감소는 출력제어 실적 자체에 잡히지 않습니다. 제도가 바뀌면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기록되고 정산되는 자리가 바뀝니다.

여기에 입지 변수가 겹칩니다. 2025년 11월과 12월에 걸쳐 일곱 곳으로 늘어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서는 전기사업법상 발전·판매 겸업 금지의 예외가 적용돼 발전사업자가 사용자에게 직접 전력을 팔 수 있습니다. 특구 밖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규제 지역이 곧 시장이 되는 셈입니다.

반대편에서 보면. 정산금이 손실을 다 메우지는 않습니다. 참여 요건인 원격제어 설비와 예측 역량은 소규모 사업자에게 그 자체로 비용이라, 제도 참여 여부가 사업자 간 수익 격차를 벌릴 수 있습니다. 첫 시즌 자원의 절반을 한 사업자가 운영했다는 사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특구도 아직 실증 단계라, 규제특례가 상설 제도로 남지 않으면 그 위에 얹힌 자산은 갈 곳이 없습니다. 재생에너지 자산을 볼 때 확인할 것이 둘 늘어난 셈입니다. 어느 제도 구역에 있는지, 그리고 그 구역의 지표가 무엇을 세는지입니다.

■ ALSO - AI 인프라의 청구서는 누구 앞으로 갈까요

지난 2주 동안 AI 데이터센터를 떠받치는 계약·금융 구조가 잇따라 드러났습니다. 엔비디아는 오하이오 10기가와트 데이터센터의 임대와 부채에 약 2,500억 달러의 백스톱을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며, 칩 조달비용까지 더하면 전체 사업비가 5,00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추정도 나왔습니다. 백스톱은 임차인이나 차입자가 갚지 못할 때 제3자가 대신 갚겠다고 서는 최종 보증을 말합니다. 엔비디아는 자사 칩을 쓰게 될 텍사스 데이터센터의 500억 달러 리스도 자기 대차대조표로 받쳤고, Google과 Anthropic을 둘러싸고는 칩 구매, 사모신용, 데이터센터 리스와 보증이 연결된 약 2,000억 달러 규모의 계약 네트워크가 형성됐다는 사실이 보도됐습니다. 칩을 파는 쪽이 그 칩을 살 고객의 자금과 임대료까지 받쳐주는 구조, 이른바 순환금융(circular financing)입니다.

한국판도 나왔습니다. 7월 27일 네이버는 엔비디아로부터 10억 달러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받아 엔비디아를 지분 4.5%의 주요 주주로 맞았고, 90억 달러 규모 GPU 인프라·데이터센터 확보에 대해 브룩필드를 독점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90억 달러는 확정 투자액이 아니라 2028년까지의 예상 조달 규모이고, 네이버가 직접 부담할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협상 독점 기간은 12주입니다. 8월 3일 공시된 1단계 사업은 세종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AI 팩토리를 55메가와트에서 200메가와트로 키우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병목은 자금이 아니라 접속 심사입니다. 2024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접수된 데이터센터 1차 기술검토 신청 736건 가운데 522건, 71%가 수도권에 몰렸는데, 그 522건, 33,592메가와트 가운데 최종 승인은 10건, 1,010메가와트에 그쳤습니다. 건수로 1.9%, 용량으로 3%입니다. 별도 집계에서는 비수도권의 본심사 통과율이 89.7%로 제시됐지만, 심사 단계와 분모가 달라 두 수치를 그대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수도권에 수요가 집중된 반면 계통 여력은 지역에 더 많이 남아 있다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지난 2주 동안의 이용규정 개정제1차 그리드코드 전문위원회, 8월 4일 업무보고의 AI 산업용 전력·용수 공급체계 개편은 모두 그 심사와 입지를 다시 짜는 작업입니다.

왜 중요한가. 기후테크 자산의 밸류에이션은 장기 구매계약의 신용에 얹혀 있습니다. 그 계약의 상대방이 자기 현금흐름이 아니라 칩 공급자와 인프라 펀드의 백스톱 위에 서 있다면, 신용은 겉보기와 다릅니다. 국내 기후테크가 네이버 AI 팩토리의 전력이나 유연성 조달에 들어갈 때, 계약 상대가 네이버 본사인지 브룩필드가 이 사업을 위해 세운 별도 법인인지에 따라 실질 담보가 달라집니다. 계약기간이 같은 15년이라도 백스톱의 범위와 종료조건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집니다.

반대편에서 보면. 순환금융이 곧 부실은 아닙니다. 공급자가 고객의 구매를 지원하는 벤더파이낸싱과 리스는 통신·항공·반도체 장비에서 오래 사용된 구조입니다. 그러나 공급자가 고객의 구매와 임대료를 동시에 보증할수록, 투자자는 최종 수요뿐 아니라 보증의 집중도와 만기 불일치까지 함께 실사해야 합니다. 네이버 거래를 두고도 상환 부담과 위험이 어느 쪽에 쏠려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미 나와 있습니다.

■ THE AI LENS - 원칙은 있는데 항목이 없습니다

앞의 꼭지가 AI의 자금 구조였다면, 여기는 AI가 만드는 영향 가운데 아직 세지 않는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세계벤치마킹연합(WBA)이 7월 20일 낸 정책 브리프에 따르면, 이 단체가 평가한 200개 주요 기술기업 가운데 AI 맥락에서 노동·고용 영향을 언급한 곳은 13%였고 잠재적 일자리 대체를 언급한 곳은 한 곳뿐이었습니다. 중국의 노동시장을 주요 렌즈로 삼은 브리프이지만, 공시 공백에 대한 진단은 다른 관할에도 적용됩니다. 국제통화기금은 전 세계 일자리의 약 40%가 AI에 노출된다고 추정합니다. 원칙은 문서로 존재하는데, 그 원칙이 무엇을 바꿨는지 확인할 항목이 공시에 없습니다.

한국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1월 22일 시행된 AI 기본법에는 데이터센터의 환경발자국이나 AI 도입의 노동·고용 영향을 직접 측정하고 공개하도록 하는 명시적 조항은 보이지 않습니다. 7월 21일 시행된 개정법과 시행령은 공공조달 우선 검토와 모태펀드 연계처럼 진흥 장치를 채웠지만, 그 공백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한 해에 규제와 진흥을 함께 가동하면서도 집계 항목은 늘지 않은 셈입니다.

이번 호가 반복해서 만나는 구조가 여기서도 나옵니다. 현대차의 CBAM 비용을 검증하지 못하는 이유가 배출 데이터의 부재였고, 제주 출력제어가 줄어 보이는 이유가 통계 정의의 변경이었습니다. 탄소든 전력이든 고용이든, 무엇을 세는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그 위의 논쟁은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 THE SPEED READ

[투자]

임팩트 펀드의 만기가 국내에서도 몰려오고 있습니다 (7월 27일, 더나은미래)

국내 임팩트 펀드의 1세대는 2017년 전후에 결성됐고, 통상 7년에서 10년인 운용기간이 이제 끝나갑니다. 상장과 매각이 지연되는 국면이라 회수 압력이 만기와 겹치는데, 글로벌 임팩트 시장에서는 출자자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는 세컨더리 거래가 그 압력을 받아내는 경로로 성장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같은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만기가 몰리는 국면에서 국내 운용사가 회수 경로로 실제 활용 가능한지를 가르는 것은 거래의 존재가 아니라 가격 발견과 평가 기준이므로, 국내 첫 사례의 할인율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기후위험이 담보가치 계산에 들어갑니다 (7월 24일, ECB)

중앙은행이 담보로 받는 자산의 가치를 얼마나 깎을지 정하는 헤어컷은 담보가치와 이를 바탕으로 한 금융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시스템 담보 프레임워크의 기후 요소를 비금융기업 신용청구권까지 확대하고, 업종 스트레스와 전환 불확실성 노출, 잔존만기를 반영해 최대 5%까지 추가로 깎기로 했습니다. 시행은 빨라야 2027년 말이지만, MSCI가 전 세계 24억 개 건축물의 물리적 위험을 분석하는 퍼스트스트리트를 1억 2,000만 달러에 사들인 것과 함께 보면 방향은 분명합니다. 기후가 담보와 조달비용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 · 인프라]

PJM이 대형부하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7월 27일, PJM)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자 PJM은 지난 용량경매에서 가격이 상한까지 올라가고도 필요한 공급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PJM 이사회는 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9월 30일부터 10월 21일까지 일회성 신뢰도 조달을 진행하고, 최대 15년 약정에서 전체 선정 물량의 가중평균 비용이 1메가와트·일당 555달러를 넘지 않도록 하기로 했습니다. 직전 두 차례 경매의 상한이 325달러였으니 70% 높은 값입니다. 50메가와트 이상 부하의 등록제와, 전원을 확보하지 못한 신규 대형부하를 먼저 감축 대상에 올리는 방안도 함께 담겼고 7월 31일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에 제출됐습니다. 승인이 남았지만 비용 배분 논쟁이 시장 규칙 문안으로 내려온 가장 구체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라, 데이터센터 인접 자산은 요금제뿐 아니라 감축 의무 조항을 함께 봐야 합니다.

중국의 설치량이 제도 전환기에 흔들렸습니다 (7월 26일, Reuter)

중국은 세계 태양광 설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왔고, 그 물량은 정부 규제가격이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 위에 있었습니다. 중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설치는 72기가와트로,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상반기 212기가와트 대비 66% 줄었습니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는 고정가격 마감 전 밀어내기로 부풀었던 기저라, 밀어내기를 걷어내면 실제 축소폭은 훨씬 작습니다. 제도 설계가 세계 설치량을 좌우한다기보다, 전환기에 물량이 어디까지 흔들리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정책 · 거버넌스]

최저가 입찰의 시대가 끝나갑니다 (7월 27일·28일, 임팩트온)

청정기술 조달에서는 가장 싼 값을 부른 사업자가 이기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고, 그래서 신생 기업은 첫 고객을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넷제로산업법 25조 등을 근거로 청정기술 조달과 재생에너지 경매에서 가격뿐 아니라 탄소배출과 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 사이버보안, 기한 내 완공 능력까지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같은 주에 조달청과 한국에너지공단이 연 238조 원 규모 공공조달 시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기업을 우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협약했습니다. 다만 8월부터 시행되는 것은 나라장터 쇼핑몰의 K-RE100 마크 표출이고, 확정된 우대는 2027년 최소녹색기준 면제이며 배점은 아직 설계 전입니다. 이 시리즈가 반복해 말한 병목이 돈이 아니라 첫 고객이었던 만큼, 그 배점이 어떻게 설계되는지가 포트폴리오사의 매출 경로를 바꿉니다.

2040년 감축목표 법제화가 첫 관문을 넘었습니다 (7월 22일, 경향신문)

2031년 이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그동안 법적 공백 상태였고, 그래서 배출권 규제의 기준선도 정치 일정에 따라 흔들렸습니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소위원회가 의결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은 2035년 53~61%, 2040년 69~80%, 2045년 84~90%를 범위 형태로 법률에 명시하고 배출권 규제에는 하한을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구체적 목표는 대통령령에 위임되고, 전체회의와 법사위, 본회의가 남아 있습니다. 환경단체는 선형 경로를 장기 하한으로 삼은 설계가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합니다. 하한이 배출권 수요의 바닥이 될 수도, 실제 이행의 천장이 될 수도 있어 대통령령 단계를 함께 봐야 합니다.

유엔 탄소시장이 재생에너지에도 문을 열었습니다 (8월 3일, CarbonMed)

파리협정 6.4조 메커니즘은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에 크레딧을 발급할 방법론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6.4조 감독기구는 7월 30일 본에서 열린 제22차 회의에서 전력계통에 연결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크레딧 산정 방법론을 채택했고, 이는 이 메커니즘 최초의 재생에너지 전용 방법론입니다. 신규 발전소, 추가성, 기준선 하향조정, 호스트국 승인이라는 조건을 통과해야 하지만, 요건을 충족하는 신흥국 프로젝트라면 크레딧 수익을 사업성 검토에 넣을 제도적 근거가 생겼습니다.

[측정]

보고서는 두꺼워지는데 문장은 흐려집니다 (8월 3일, ESG NEWS)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분량은 흔히 정보 공개의 성실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읽혀왔습니다. 시카고대학교 로스쿨 연구진이 러셀3000 기업 2,100여 곳의 1998년부터 2023년까지 보고서 1만 5,000여 건을 대규모언어모델로 분석한 결과, 파리협정 이후 보고서 발간과 자발적 프레임워크 채택은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문장의 구체성과 정량성은 떨어지고 홍보성 표현은 늘었습니다. 분량은 성실성의 대리지표가 되지 못하므로, 실사에서는 표가 몇 개인지가 아니라 그 표가 검증 가능한 수치를 담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 THE PORTFOLIO LENS

이번 호의 축은 제도가 값을 매기는 방식입니다. 소풍 포트폴리오와는 어디서 만날까요.

검증된 배출 데이터의 부재 → 탄소중립연구원, 카본사우루스. 리드에서 현대차와 기후솔루션의 추정치가 42배에서 100배까지 갈린 원인은 배수 자체가 아니라, 제품에 담긴 배출량을 산정하고 검증할 기반이 아직 얇다는 데 있었습니다. 제품 단위 전과정평가와 탄소회계는 배출권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신고 의무가 살아 있는 한 수요가 생기는 쪽, 즉 위에서 말한 두 곡선 가운데 뒤쪽에 있습니다. 다만 규제 대응 소프트웨어 시장은 대형 회계·인증기관과 ERP 사업자가 같은 자리를 노리는 시장이기도 해서, 차별화가 데이터인지 방법론 인정인지가 관건입니다.

제거 수요가 규제 안으로 들어오는 국면 → 캡처6. 리드에서 본 EU 개편안은 제거 시장에 양면으로 작용합니다. 무상배출권 유예는 배출 비용의 부담을 뒤로 미루지만, 배출권 상한을 2억 5,000만 개 늘려 그 경매 수익으로 제거를 사들이는 제안은 공적 수요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대상이 갈린다는 점입니다. 초기 중앙구매 대상으로 제안된 것은 BioCCS와 DACCS이고 바이오차와 자연기반 제거는 2034년 말 검토까지 제외돼 있는데, 페이팔이 이번에 산 크레딧은 인도의 바이오차와 미국의 BECCS였습니다. 자발적 시장과 규제 시장이 서로 다른 기술을 고르기 시작한 셈이라, 캡처6에는 어느 쪽 수요를 겨냥해 방법론 인증을 준비하는지가 갈림길이 됩니다.

저장장치 경쟁 구도의 재편 → 이온어스, 아론. 전기차 수요 둔화는 배터리 회사들에 남는 생산능력을 어디에 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CATL은 저장장치를 새 승부처로 삼아 전기차 배터리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같은 기간 유럽에서는 모로우배터리가 파산하고 독일 바르타가 자기관리형 파산 절차를 신청했습니다. 셀 가격과 공급 구조가 이렇게 흔들리면 이동형 저장장치 사업의 원가 가정도 함께 흔들립니다.

동남아 전기 모빌리티의 수익 구조 → SELEX MOTORS. 동남아시아의 전기차 보급은 국가별 편차가 크고, 탄소크레딧 같은 추가 수익원이 사업의 자금조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다만 위 Speed Read의 6.4조 방법론은 계통연계 재생에너지 발전용이라 SELEX의 직접적인 크레딧 수익원은 아닙니다. 6.4조의 방법론 체계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교통·전기모빌리티 방법론이 나올 제도적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신호 정도로 읽는 것이 정확합니다.

■ WHAT TO WATCH (다음 2주)

▪  EU 배출권거래제 개편안의 이사회·의회 절차. 개편안 협상은 10월과 12월 공식 환경이사회 등에서 이어질 예정입니다. 더블린에서 갈린 무상배출권 20% 조건부 지급과 제거 편입 조항이 살아남는지가 이번 개편의 성격을 정합니다.

▪  가을철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 참여 규모. 가을 운영분은 9월부터 11월까지이고, 봄철 호남의 470.9메가와트에서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정착 여부를 보여줍니다. 2차 자원 모집 결과가 먼저 나옵니다.

▪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의 기후특위 전체회의 상정 여부와 일정. 소위를 통과한 범위형 목표가 그대로 올라가는지, 그리고 대통령령 논의가 언제 시작되는지가 국내 배출권 기준선을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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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oong's Biweekly Briefing 다음 호는 8월 18일 발행 예정입니다.

Sopoong Ventures Editorial | August 6, 2026

본 브리핑은 Sopoong Ventures의 내부 의사결정 및 포트폴리오 회사의 전략 수립을 돕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모든 의견은 공개 정보 기반이며, 기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제작, 편집 및 큐레이션: 박윤중 (Research Fellow, Sopoong Ven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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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벤처스

202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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