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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소풍벤처스 2026 투자전망: 기후테크 투자, 위기인가 기회인가

소풍벤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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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풍벤처스는 대한민국 1세대 기후테크 투자사입니다.

'기후변화, 그게 뭐야?' 와 '착한 일 하겠다고?'하는 시선부터

기후테크가 에너지 인프라, 배터리 등을 포함한

미래를 만드는 혁신산업이라는 공감대가 시작되는 지금까지

어려운 길을 걸어왔습니다.

소풍벤처스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모여

지난해를 톺아보고, 올해를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소풍이 진단하는 기후테크의 현황과 미래를 공유합니다.

※참석자 명단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신민철 소풍벤처스 파트너

최경희 소풍커넥트 대표

한종호 소풍벤처스 벤처파트너

정책 변화 부침 많은 기후투자, 암흑기 벗어나나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이하 한) = 우리나라는 유독 정치적 환경이나 정책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시장이다. 특히 기후투자를 하는 소풍벤처스의 대표 입장에서는 더욱 그랬다. 이전 정부에서는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 환경이 아주 어려워서 많은 국내 태양광 기업이 외국에 매각될 정도였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바로 체감할 정도의 변화가 생겼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하고, 재생에너지나 기후문제 관련한 선명한 메시지가 나오면서다. 포트폴리오사 중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하는 ‘엔벨롭스’라는 회사가 대표적인 예다. 신재생에너지 시장 전망이 좋아지면서 화력발전소 등을 주력으로 하는 에너지 회사에 인수됐다.

물론 우리 입장에선 좋은 변화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투자자로서 정치적 상황으로 생겨나는 리스크에 대처할 방법을 찾고 싶다는 고민을 하게 된다. 정치적 이슈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 다가오는 지방선거 등 예측이 가능한 상황엔 최대한 대비하고자 하고, 소풍 내에도 그런 체질을 길러내고 싶다. 그게 올해 목표다.

 

신민철 소풍벤처스 파트너(이하 신) 동감한다. 다만 투자는 물론이고 기후변화 대응까지 기술이 핵심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정치적 합의로 만든 기후변화 대응, 관련 지원이나 투자는 얼마나 나약한지 뼈저리게 느낀 몇 년이었다. 우리나라를 차치하고 생각하더라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마자 파리 협약에 탈퇴하지 않았나. 기후변화 대응이 옳은 거라는 도덕적 수사 없이도 정치, 시장,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압도적인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절박한 마음이 든다.

투자자로서는 지난해 한 회사에 깊이 들어가 관여했는데, 결국 몇 년 사이 매출이 없으면 투자 유치는 어렵다는 걸 확인했다. M&A 직전까지 갔다가 결국 무산되는 일이 있었다. 상황은 이해하지만, 아쉬움은 있다. VC자본이 모험자본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민간 영역에서 리스크를 모두 지기 어렵다면, 정부가 나서주면 어떨까. 기후 등 우리의 미래와 관련돼 도전할 가치가 있는 영역에서만이라도 스타기업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한상엽 대표님 말씀처럼 지난 정권에 비해 기후기업의 상황이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기후테크 기업에게 불리했던 정책 환경이나 계엄으로 인한 여파를 감당하고 있는 기업도 많지 않나.

 

한종호 소풍벤처스 벤처파트너 (이하 종) = 몇 년 전부터 투자 업계에 겨울이 왔다는 이야기를 모두가 하지 않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작년까지만해도 ‘이 또한 지나간다’하며 ‘버텨보자’는 의견도 많았는데, 이젠 아예 투자의 체질 자체가 바뀌어 여기 적응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창업팀도 마찬가지지만, 투자사도 자신의 특장점을 찾아 살아남아야 하는 어려운 시기다.

예컨대 초기투자 분야 역시 아예 좀 더 앞단으로 가서 컴퍼니 빌딩, 벤처 스튜디오 형식으로 가는 곳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프리IPO를 지향하면서 더 뒷단으로 가는 곳들도 있다. 아니면 아예 서치 펀드와 같은 제3의 길을 개척하는 곳도 있다. 다들 ‘하던 대로 해선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고 느낀다.

 

최경희 소풍커넥트 대표 (이하 최) = 기후변화 외 창업 현장에서의 얘기를 좀 더 해보겠다. 저는 주로 IT쪽 투자를 담당했는데, 지난해는 유독 ‘AX(AI로의 전환)’이라는 화두가 많이 나왔던 해로 기억한다. 실제 한 땀 한 땀 개발하는 사업모델을 갖고 계시던 대표님들이 많이 피봇했다. 기술의 발전과 전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스타트업은 물론 정부, 대기업 등 B2B의 고객사 역시 실시간으로 신기술을 따라가려다 아예 ‘한 달 뒤면 다른 서비스가 있을텐데’ 하는 식으로 변했다.

지난해 ‘오픈이노베이션’에 많이 참여했고, 올해도 그 중요성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과거에는 스타트업이 아무리 신기술을 가져와도 대기업, 공공기관에서는 보안 규정이나 관련 지침 등 내부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는 걸 아주 꺼려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픈 이노베이션 진행이 어려웠던 적이 많다. 그런데 지금은 대기업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변했다. 첫 번째 이유는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글로벌AI 툴을 모두가 사용하게 되는 등 변화가 이미 업무 일선에서 일어나고 있어서고, 두 번째로는 리스크가 있더라도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심사역과 대표님들이 대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꼭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씬에서 대기업은 낡고, 관료적이고 변화에 뒤쳐졌다고 생각하기 쉽지 않나. 그러나 실제 해보니 아니더라. 오히려 반대였다.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실력이 있어도 회사를 키우고 일하다 보면 외부 환경의 변화에 둔감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근데 대기업은 미래와 넓은 사회를 보면서 일을 한다.

물론 스타트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은 브랜딩 차원에서 하는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건 알고, 그런 곳들도 여전히 많다. 근데 변화가 느껴진다. 지난해 오픈이노베이션 팀 면접에 오너가가 직접 면접부터 전과정에 진심으로 참여하는 곳들이 늘어났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스타트업에겐 정말 큰 기회다. 앞으로 스타트업 씬에서는 대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그와 함께 사업에서의 속도전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각자 최근 특별히 관심 갖는 사업 분야가 있다면.

의외로 소비재, 특히 뷰티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투자는 물론 그 뒷단의 채용, 브랜딩, 사업 홍보 등 많은 분야가 정말 전과 달리 빠르게 발전한다. 유행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20대 초 청년들이 실제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니까.

내 관심사는 여전히 기후테크인데, 여전히 투자자 입장에선 니치마켓이라는 생각은 들어 안타깝다. 일단 투자와 회수의 호흡이 너무 길단 게 큰 문제다. 뷰티는 3년 있으면 결과가 나고 초대박 기업도 나오기도 한다. 근데 기후테크는 일단 한 번 투자하면 10년은 묵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투자자 입장에선 수익성이나 자금 순환 등 면에서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기후테크를 딥테크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소풍이 최근 투자한 기후테크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이 딥테크 분야다. 말하자면 소비재가 아니라 인프라 구축에 가까운 기술들이고, 소풍 심사역들이 농식품, 배터리나 에너지 등 해당 분야 전문성이 충분히 있는데도 별도로 공들여 스터디를 해야 사업 내용이나 기술 구조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이차전지 소재, 파워큐브, 전력반도체, 냉각 데이터 센터…. 미래를 바꿀 어마어마한 기술들이고, 그만큼 내용도 복잡하다. 기후테크가 정말 발전했다고 느낀다.

 

기후테크, 지역 투자 생태계 키울 '인내자본' 필요해

스타트업 지원 체계에 대해서도 하실 말씀이 많을 것 같다.

2025년은 스타트업 지원 분야에선 그야말로 최악의 해였다. 연구개발 예산 다 날아가고, TIPS 선정도 벤처투자가 줄어들었고, 모두에게 너무 힘든 시기였다.

맞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다 어려운 시기였다.

문제는 이게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거다. 특히 우리나라엔 고질적 문제가 있다. 유행 따라 가는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하다. AI가 뜬다 싶으면 AI를 내세우지 않는 기업은 지원받기 힘들다. 과거에도 그랬다 메타버스, 4차산업…. 아이템만 달랐지 그때 좀 트렌디하다 싶은 산업으로 모든 지원금과 보조금 제도가 쏠려버린다. 이러면 창업의 펀더멘털이 단단해질 수가 없다. 정부가 좀 더 폭넓고 든든하게 지원해줘야 하는데, 트렌드 편승이나 변화가 너무 심하다. 창업 생태계에 너무 나쁜 영향을 준다.

근본적으로 보조금이 많은 게 좋은 건가 하는 의문도 있다.

동의한다. 보조금 위주의 기업 지워 정책이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자체가 지역에서 투자 기반 로컬 펀드를 만들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정부는 그걸 지원해줘야 한다. 물론 그런 정책이 있는 곳들 있다. 소풍이 펀드를 갖고 있는 강원도 춘천시를 포함해 경기도 이천, 울산광역시, 제주특별시….

문제는 펀드를 만드는 게 끝이 아닌데, 거기서 끝난다는 거다. 운용되는 과정이 더 중요한데 이 부분이 크질 못하고 있다. 펀드면 펀드답게 투자의 효율, 효용성과 기업의 성장성을 보고 또 이 생태계가 다시 지역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하는 곳은 없다. 로컬펀드를 받아서 철저히 서울 중심으로 운영하는데다, 지역 기반 투자를 제대로 하는 곳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미 2022년부터 그런 우려를 하신 것 기억한다.

국민성장펀드 등도 같은 관점에서 보시는지.

국민성장펀드 역시 지역 관점이 부족하단 점은 같다. 국가적 아젠다에 필요한 걸 지방에 짓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도 일부 필요한 일이지만, 지역과 스타트업 투자라는 관점을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국민성장펀드로 하겠다는 일이 뭔가. 150조원 들여서 영암에 AI센터 만들겠단 것인데, 내부를 들여다보면 결국 절반 이상을 땅 사는 데 쓴다고 돼 있다. 거기에 투자 내용도 AI에 한정돼있다. 그러니 실제 수혜 기업은 다섯 곳도 못 되는 상황이다. 이 돈을 여러 기업에 뿌려준다면 얼마나 큰 효과가 나겠나. 안타깝다. 결국 정부 지원 없이도 잘되는 기업만 독식할 거다. 잘 되는 소수의 AI 인프라 기업에 투자가 몰리는 건 민간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정부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좀 더 해야 한다.

인내자본, 마중물로서의 역할을 더 해주면 좋겠다. 말하자면 슬로우머니.

정확하다. 지역, 스타트업 투자를 정부가 하면서 민간투자의 단점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지역에 투자 한다는 것,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거기서 갑자기 혁신기업이 나오긴 어렵단 현실도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냥 젊기만 한 인구도 사라진다고 하는 지역에서 혁신기업이 뚝딱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결국 지역 기업이나 창업 생태계를 진득하게 육성하는 게 필요한데, 당장 성과가 필요하니 이미 서울에서 잘하고 있는 기업을 유치해오는 식이다. 단체장도 수치적 자랑을 위해 이들이 실제 해당 지역에 근간을 두지 않는 줄 알면서도 실적이 필요하니까 모른척 한다.

한상엽 대표 말씀대로 슬로우 머니가 필요하다. 바디프로필 찍는다고 수분 다 빼고, 단기간에 굶고 포토샵 해서 사진 한 장 남기면 뭐하나. 한 달도 안돼 원상복귀 되지 않나. 목표 수익율도 좀 낮춰주고, 회수 기간도 늘려주고, 투자뿐 아니라 대출 등 금융 상품도 만들어주고, 지역 스타트업의 지분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만들어주는 식으로 스타트업이 뛸 수 있는 판을 키워줘야 한다. 민간이라도 투자할 것 말고, 좀 더 정부의 펀드기에 할 수 있는 더 큰 그림을 그려주길 바란다. 

동감한다. 기후테크에도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기후테크는 아주 난이도가 높은 투자다. 허들이 한 두개가 아니다. 정책 영향력이 너무 커서, 사실상 규제사업이라고 불릴 정도다. 기술개발에 시간도 아주 오래 걸린다. 또 기술개발을 했다고 해서 바로 시장 진입이 되는 것도 아니다. 비투비 사업이 대부분이라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렵다. 그런데 시설까지 지어야 하니 초기 자본도 많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돈이 많이 잠기는 비즈니스다. 또 앞서 다른 분들 말씀하신대로 일반 투자의 사이클과 투자자들이 가진 인내심과 좀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

문제는 이게 글로벌로 정말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거다. 사실상 이 시기 몇 년을 놓치면 우리가 AI전쟁에서 진 것처럼 중국, 미국 같은 전세계 최고 기술국가 제조국가와 같은 곳들과 경쟁하기 어렵게 된다.

조금 긍정적인 이야길 해보면, 녹색전환(GX)의 중요성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느낀다. 최근 국내 상장 기업 25%가 GX관련 기업이다. 여러 어려움이 있는데도 이만큼 왔다는 건, 글로벌 공감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부에서도, 시장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개인적으론 이걸 단기적 불확실성, 장기적 확실성이라고 부른다. 기후테크 투자를 아주 잘 설명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규제 상황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탄소국경세 적용을 비롯해 여러 국제 규범도 일부 후퇴했지만 든든하게 버티는 것들도 많다. 중장기적인 변화는 녹색전환을 향한다는 컨센서스는 있다고 본다.

우리 포트폴리오사들 중에서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잘 성장하는 곳들이 있다. 예컨대 식스티헤르츠가 대표적이다. 매출도 2배 이상 크게 성장했다. 기후문제에 대한 직접 솔루션을 내놓는 곳이고, 지난 정부의 어려운 환경에서 이정도 해냈으면 이번 정부 환경에서는 더 큰 기대를 해봐도 좋겠지 않나 생각한다. 센티넬 이노베이션도 그렇다. 공조 설비 관련 회사인데, 이 솔루션이 원래는 축사에서 쓰이다가 축산 분뇨 처리 사업으로 확장됐다. 이걸 기반으로 탄소배출권 사업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충분히 상장이 가능한 규모의 하이리움산업도 마찬가지다. 수소 인프라 쪽에 아주 큰 역량을 가진 회사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구조상 수소에너지는 갖고 갈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데도 아직 대부분 매출은 수소에너지 충전 쪽에서 나온다. 아직까지는 미래를 생각하며 인접 산업 매출을 통해 버티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곧 폭발적 성장이 있을 게 분명하다고 본다.

기후테크, 성장 잠재력 막대한 분야

기후테크 영억을 이제 좀 세분화해서 볼 때도 됐단 생각이 든다. 딥테크 영역도 있지만, 좀 더 소비재에 가깝고 가벼운 곳도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간 기다리되 굉장히 큰 엑싯을 기대할 수 있는 곳과 금방 회수할 수 있는 곳들이 나온다면 투자자들이 좀 더 기후테크에 편하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동의한다. 여기에 더해, 해외처럼 우리나라도 10년, 12년 만기 펀드나 만기가 없는 에버그린 펀드도 나올 때가 됐다. 우리나라는 최장 10년인데 길어도 투자 후 5,6년에는 회수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래를 보고 기다리기보단 단기 수익률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10년, 12년, 에버그린…정부 펀드가 그런가.

아니다. 민간 자본이다. 우리와 달리 조금 더 기다리면 소위 말해 ‘잭팟’ 터진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만 봐도 미국은 VC가 민간 투자의 극단적 성공 경험으로 이뤄지지 않나. 그러면서 세계적 혁신을 만드는 민간 중심 시장이 됐다. 그런 경험이 있으니 20년이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업계에 있다.

좋은 관점이지만 우리나라는 관 주도 드라이브로 성장을 해온 나라라 그런 문화가 국내에 정착 가능할지 모르겠다. 정부나 대기업이 딱 리더십을 가지고 ‘저기로 가!’ ‘죽도록 일해!’하면 모두가 군말 없이 야근하면서 따라가며 성장한 나라이지 않나. 근데 갑자기 국민성이 바뀌어 혁신, 스타트업, 인내자본 이런 게 얼마나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최근 그런 혁신 사례가 나오고 있으니, 관점도 바뀔 수 있다고 본다. APR이 엘지생활건강 시총을 넘는 ‘사건’도 있었으니까. 1988년생 대표가 이끄는 창립 10년도 안된 회사가 낸 성과다. 소비재 공룡이 주도하는 한국 시장에 어마어마한 충격이었다. 이런 경험이 쌓여야 한다. 한국과 미국에서 각 나라 100대 부자 중 자수성가 비율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한국은 22명, 미국은 71명이 자수성가다. 이런 경험이 혁신을 만드는 당사자도, 대중도, 지원을 결정하는 정부의 방향까지 가른다고 본다.

관념론적으로 가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 사례도 있지만, 중국이 발전한 사례도 있으니까. 핵심은, 국가주의적 발전이 나쁘냐 좋냐가 아니라 시장 상황에 맞는 유연한 투자,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거다.

한대표 말씀에 동의한다. 투자는 원래 혁신에 대한 펀딩이다. 그런데 꼭 글로벌 세계를 이끌 투자 네러티브를 우리가 다 만들 필요는 없다. 미국, 중국 같은 거대 강대국이 만드는 네러티브를 잘 활용하고 올라타 우리만의 관점을 만들 수도 있는 거다. 다시 기후테크 투자 이야기로 돌아가면, 기후테크 투자는 어느 정도 신념의 영역이기도 하다. 나 역시 그를 믿고 있는데, 한 가지 고민은 투자사는 우리 돈을 운용하는 곳이 아니지 않나. 그러면 투자자들의 돈을 운용해서 회수시켜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는데,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우리의 갈 길을 정하고 우리 나름의 서사와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고 본다. 그 과제를 올해 진지하게 파고들어 보려 한다.

자연스레 마지막 주제로 잘 넘어가주셨다. 올해 각자의 희망과 계획을 말해본다면.

작년 9월에 출장으로 일본에 갔는데, 미즈호은행 담당자를 만났다. 그 사람 말이 은행 창구에서 직접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판매하는데 아주 잘 팔린다고 한다. 정말 부러웠다. 기후테크 투자도 이런 식으로 가면 좋겠다. 딥테크도 좋고 신념도 좋지만 대중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좀 더 가벼운 터치감을 만들어가고 싶다.

동의한다. 얼마 전 다른 투자사 관계사 분과 사람을 설득하는 사업이 성공하려면 설득의 과정이 없어야 한다는 얘길 나눴다. 생각 없이 자동으로 누르고 결제할 수 있을 정도의 상품이어야 한다는 거다. ‘고려해본다’하는 순간 게임 끝났다. 바꿔 말하면 정말 세련되고 고도화된 UI, UX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의 능력의 영역으로 남을 거다. 우리는 설계자니까, 그런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그런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자본시장 안에서 기후테크의 컨센서스는 왔다고 본다.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성과 좋은 ETF의 탑5에는 무조건 기후관련 분야가 2,3개는 있다. 그걸 올해는 회수라는 성과로 더 끌어내보려 한다.

지난해에는 분야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바꿔봤다. 유의미했다. 예컨대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해봅시다. 하고 이 분야를 공부해서 숏리스트를 추리고 거기서 유망한 기업에 투자했다. 이런 방식으로 개별 심사역의 장점을 이끌어내고 개별적이지 않은 시스템적 딜소싱 접근법을 타진해봤다.

또 기후테크투자가 좀 더 가볍게 다가갈 분야가 됐으면 한다는 점엔 동감하지만 신념이라는 점도 포기하진 않았으면 한다. 기본적으로 VC라는 업 자체가 신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시장의 지향성, 미래라는 게 결국 신념의 문제 아닌가. 선박, 에너지 인프라 등 모든 업계에서 트럼프 등 상황과 달리 녹색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신념이 현실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느낀다.

투자사라면 회수 성과가 중요하다는 점, 기후테크에 대한 신념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특히 소풍은 기후테크 투자 1세대로서 후배 투자사나 관계자 등 큰 틀에서의 동료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판을 까는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투자사는 물론 창업가, 예비창업가도 모두 넓은 의미에서 동료다. 그런 환경을 만드는 일에도 더 기여하겠다.

한 가지 고민을 나누고 싶다. 우리가 투자 심의할 때 만장일치가 나오는 기업들도 꽤 있다. ‘무조건 된다, 여긴’ 하는 기업들인데 그만큼 기술력과 사업성이 검증이 됐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언할 수 있는 미래’라는 게 있는가 하는 고민도 든다. 오히려 이게 정말 될지 안 될지에 대해 의견이 더 분분하고, 더 많이 토론이 필요한 분야가 정말 혁신이 일어나는 분야가 아닐까 하는 고민까지 든다. 개인적으론 소풍이 혁신의 중개자라는 이름을 걸고 그에 맞는 성과를 냈으면 한다.

앞서 말한 것들에 대해 더 깊이 학습하고, 대안도 찾아보겠다. 나아갈 방향이나 할 일을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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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벤처스

20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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