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벤처스는 대한민국 1세대 기후테크 투자사입니다.
'기후변화, 그게 뭐야?' 와 '착한 일 하겠다고?'하는 시선부터
기후테크가 에너지 인프라, 배터리 등을 포함한
미래를 만드는 혁신산업이라는 공감대가 시작되는 지금까지
어려운 길을 걸어왔습니다.
소풍벤처스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모여
지난해를 톺아보고, 올해를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소풍이 진단하는 기후테크의 현황과 미래를 공유합니다.
※참석자 명단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신민철 소풍벤처스 파트너
최경희 소풍커넥트 대표
한종호 소풍벤처스 벤처파트너
정책 변화 부침 많은 기후투자, 암흑기 벗어나나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이하 한) = 우리나라는 유독 정치적 환경이나 정책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시장이다. 특히 기후투자를 하는 소풍벤처스의 대표 입장에서는 더욱 그랬다. 이전 정부에서는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 환경이 아주 어려워서 많은 국내 태양광 기업이 외국에 매각될 정도였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바로 체감할 정도의 변화가 생겼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하고, 재생에너지나 기후문제 관련한 선명한 메시지가 나오면서다. 포트폴리오사 중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하는 ‘엔벨롭스’라는 회사가 대표적인 예다. 신재생에너지 시장 전망이 좋아지면서 화력발전소 등을 주력으로 하는 에너지 회사에 인수됐다.
물론 우리 입장에선 좋은 변화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투자자로서 정치적 상황으로 생겨나는 리스크에 대처할 방법을 찾고 싶다는 고민을 하게 된다. 정치적 이슈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 다가오는 지방선거 등 예측이 가능한 상황엔 최대한 대비하고자 하고, 소풍 내에도 그런 체질을 길러내고 싶다. 그게 올해 목표다.
신민철 소풍벤처스 파트너(이하 신) 동감한다. 다만 투자는 물론이고 기후변화 대응까지 기술이 핵심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정치적 합의로 만든 기후변화 대응, 관련 지원이나 투자는 얼마나 나약한지 뼈저리게 느낀 몇 년이었다. 우리나라를 차치하고 생각하더라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마자 파리 협약에 탈퇴하지 않았나. 기후변화 대응이 옳은 거라는 도덕적 수사 없이도 정치, 시장,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압도적인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절박한 마음이 든다.
투자자로서는 지난해 한 회사에 깊이 들어가 관여했는데, 결국 몇 년 사이 매출이 없으면 투자 유치는 어렵다는 걸 확인했다. M&A 직전까지 갔다가 결국 무산되는 일이 있었다. 상황은 이해하지만, 아쉬움은 있다. VC자본이 모험자본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민간 영역에서 리스크를 모두 지기 어렵다면, 정부가 나서주면 어떨까. 기후 등 우리의 미래와 관련돼 도전할 가치가 있는 영역에서만이라도 스타기업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한상엽 대표님 말씀처럼 지난 정권에 비해 기후기업의 상황이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기후테크 기업에게 불리했던 정책 환경이나 계엄으로 인한 여파를 감당하고 있는 기업도 많지 않나.
한종호 소풍벤처스 벤처파트너 (이하 종) = 몇 년 전부터 투자 업계에 겨울이 왔다는 이야기를 모두가 하지 않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작년까지만해도 ‘이 또한 지나간다’하며 ‘버텨보자’는 의견도 많았는데, 이젠 아예 투자의 체질 자체가 바뀌어 여기 적응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창업팀도 마찬가지지만, 투자사도 자신의 특장점을 찾아 살아남아야 하는 어려운 시기다.
예컨대 초기투자 분야 역시 아예 좀 더 앞단으로 가서 컴퍼니 빌딩, 벤처 스튜디오 형식으로 가는 곳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프리IPO를 지향하면서 더 뒷단으로 가는 곳들도 있다. 아니면 아예 서치 펀드와 같은 제3의 길을 개척하는 곳도 있다. 다들 ‘하던 대로 해선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고 느낀다.
최경희 소풍커넥트 대표 (이하 최) = 기후변화 외 창업 현장에서의 얘기를 좀 더 해보겠다. 저는 주로 IT쪽 투자를 담당했는데, 지난해는 유독 ‘AX(AI로의 전환)’이라는 화두가 많이 나왔던 해로 기억한다. 실제 한 땀 한 땀 개발하는 사업모델을 갖고 계시던 대표님들이 많이 피봇했다. 기술의 발전과 전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스타트업은 물론 정부, 대기업 등 B2B의 고객사 역시 실시간으로 신기술을 따라가려다 아예 ‘한 달 뒤면 다른 서비스가 있을텐데’ 하는 식으로 변했다.
지난해 ‘오픈이노베이션’에 많이 참여했고, 올해도 그 중요성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과거에는 스타트업이 아무리 신기술을 가져와도 대기업, 공공기관에서는 보안 규정이나 관련 지침 등 내부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는 걸 아주 꺼려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픈 이노베이션 진행이 어려웠던 적이 많다. 그런데 지금은 대기업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변했다. 첫 번째 이유는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글로벌AI 툴을 모두가 사용하게 되는 등 변화가 이미 업무 일선에서 일어나고 있어서고, 두 번째로는 리스크가 있더라도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심사역과 대표님들이 대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꼭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씬에서 대기업은 낡고, 관료적이고 변화에 뒤쳐졌다고 생각하기 쉽지 않나. 그러나 실제 해보니 아니더라. 오히려 반대였다.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실력이 있어도 회사를 키우고 일하다 보면 외부 환경의 변화에 둔감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근데 대기업은 미래와 넓은 사회를 보면서 일을 한다.
물론 스타트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은 브랜딩 차원에서 하는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건 알고, 그런 곳들도 여전히 많다. 근데 변화가 느껴진다. 지난해 오픈이노베이션 팀 면접에 오너가가 직접 면접부터 전과정에 진심으로 참여하는 곳들이 늘어났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스타트업에겐 정말 큰 기회다. 앞으로 스타트업 씬에서는 대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그와 함께 사업에서의 속도전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한 각자 최근 특별히 관심 갖는 사업 분야가 있다면.
최 의외로 소비재, 특히 뷰티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투자는 물론 그 뒷단의 채용, 브랜딩, 사업 홍보 등 많은 분야가 정말 전과 달리 빠르게 발전한다. 유행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20대 초 청년들이 실제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니까.
신 내 관심사는 여전히 기후테크인데, 여전히 투자자 입장에선 니치마켓이라는 생각은 들어 안타깝다. 일단 투자와 회수의 호흡이 너무 길단 게 큰 문제다. 뷰티는 3년 있으면 결과가 나고 초대박 기업도 나오기도 한다. 근데 기후테크는 일단 한 번 투자하면 10년은 묵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투자자 입장에선 수익성이나 자금 순환 등 면에서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한 기후테크를 딥테크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소풍이 최근 투자한 기후테크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이 딥테크 분야다. 말하자면 소비재가 아니라 인프라 구축에 가까운 기술들이고, 소풍 심사역들이 농식품, 배터리나 에너지 등 해당 분야 전문성이 충분히 있는데도 별도로 공들여 스터디를 해야 사업 내용이나 기술 구조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이차전지 소재, 파워큐브, 전력반도체, 냉각 데이터 센터…. 미래를 바꿀 어마어마한 기술들이고, 그만큼 내용도 복잡하다. 기후테크가 정말 발전했다고 느낀다.
기후테크, 지역 투자 생태계 키울 '인내자본' 필요해
한 스타트업 지원 체계에 대해서도 하실 말씀이 많을 것 같다.
종 2025년은 스타트업 지원 분야에선 그야말로 최악의 해였다. 연구개발 예산 다 날아가고, TIPS 선정도 벤처투자가 줄어들었고, 모두에게 너무 힘든 시기였다.
한 맞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다 어려운 시기였다.
종 문제는 이게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거다. 특히 우리나라엔 고질적 문제가 있다. 유행 따라 가는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하다. AI가 뜬다 싶으면 AI를 내세우지 않는 기업은 지원받기 힘들다. 과거에도 그랬다 메타버스, 4차산업…. 아이템만 달랐지 그때 좀 트렌디하다 싶은 산업으로 모든 지원금과 보조금 제도가 쏠려버린다. 이러면 창업의 펀더멘털이 단단해질 수가 없다. 정부가 좀 더 폭넓고 든든하게 지원해줘야 하는데, 트렌드 편승이나 변화가 너무 심하다. 창업 생태계에 너무 나쁜 영향을 준다.
신 근본적으로 보조금이 많은 게 좋은 건가 하는 의문도 있다.
종 동의한다. 보조금 위주의 기업 지워 정책이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자체가 지역에서 투자 기반 로컬 펀드를 만들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정부는 그걸 지원해줘야 한다. 물론 그런 정책이 있는 곳들 있다. 소풍이 펀드를 갖고 있는 강원도 춘천시를 포함해 경기도 이천, 울산광역시, 제주특별시….
문제는 펀드를 만드는 게 끝이 아닌데, 거기서 끝난다는 거다. 운용되는 과정이 더 중요한데 이 부분이 크질 못하고 있다. 펀드면 펀드답게 투자의 효율, 효용성과 기업의 성장성을 보고 또 이 생태계가 다시 지역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하는 곳은 없다. 로컬펀드를 받아서 철저히 서울 중심으로 운영하는데다, 지역 기반 투자를 제대로 하는 곳도 턱없이 부족하다.
최 이미 2022년부터 그런 우려를 하신 것 기억한다.
신 국민성장펀드 등도 같은 관점에서 보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