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2.0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KDB 산업은행 넥스트라운드가 소풍벤처스와 함께 기후테크 스페셜라운드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KDB 산업은행 임직원을 비롯해 기후테크 투자에 관심 있는 스타트업과 투자자 백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기후테크, 가파른 성장세
이날 기조연설을 진행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세계 정세의 변화 등 여러 리스크 속에서도 기후테크 분야는 투자의 ‘주류’이자 ‘대세’가 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그 예로 “올해 미국 내 기후 관련 ETF 수익률이 최소 40%에 달하는 등 다른 투자 수익률을 압도하고 있고, 소풍이 투자한 기후테크 기업들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다다”고 설명했다.
소풍벤처스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기후테크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투자해 온 투자사다. 국내 투자사 중 가장 많은 기후테크 분야 포트폴리오사 숫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이런 성과를 인정 받아 중소벤처기업부 기후테크 특화 팁스 운용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같은 투자를 이끌어온 한 대표는 국내 정책적 환경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후에너지부가 출범해 컨트롤타워도 만들어진 데다 올해 말 중소기업 탄소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신설될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산업은행 등을 중심으로 한 금융 정책도 속속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대표에 따르면 이미 기후테크의 수익성은 주류 자본시장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실제 최근 약 5년간 국내 신규 상장기업의 약 1/4가 기후테크 관련 기업이며, 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영역인 친환경 선박(조선), 에너지, 배터리 등도 기후테크가 이끄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이 성장의 바탕에 있다. 한상엽 대표는 “이제는 주류 시장에서 기후테크가 이룬 성과를 비상장과 대체투자 시장이 따라가야 할 정도”라고 했다.
한상엽 대표는 산업은행 넥스트라운드에서의 기후테크 세션 진행에 “매우 기쁘고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실제 소풍벤처스는 자본시장과 투자업계 내에서 기후테크 투자가 단순히 ‘자본시장 수익성은 다소 포기해야 하는 착한 일’로만 다뤄질 때 그 가능성을 엿보고 투자뿐 아니라 생태계 조성에 애써왔다. 대학 강의를 비롯해 카카오임팩트와 함께 ‘기후테크 스타트업 서밋’ 등 포럼이나 기후 분야 전문성을 갖춘 언론인 포럼 등도 운영해왔다.
한 대표는 “우리나라 금융의 중심인 산업은행과 기후테크 활성화에 함께 나설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넥스트라운드 사업을 통해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성장시키고 지속가능한 자본시장 성장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 흐름 둔화에도 기후테크 투자 ‘박차’

이어 지현석 소풍벤처스 수석심사역이 등장해 기후테크 동향에 관한 상세한 분석을 이어갔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투자 자체가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도 기후 분야 투자는 그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지 수석에 따르면 모험자본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기후테크 투자는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는 상황이다.
가장 큰 동력은 친환경 에너지 시장이다. 화석발전 비용이 급상승하는 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은 낮아졌다. 여기에 기후위기로 인한 비용이 막대해지고 관련 규제가 강화하면서 자본과 시장이 기후테크를 찾기 시작했다. 지 수석은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우리 정부는 2038년까지 무탄소 에너지 사용률 70%를 달성한다는 내용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았다.
소풍벤처스는 이에 발맞춰 선제적인 기후테크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소풍벤처스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기후테크 기업이 56%에 달한다. 이 가운데 리드투자 비율도 75%이다. 지 수석은 “기후테크 분야 중에서도 기술혁신 가능성이 큰 영역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면서 “기술이 수준급으로 올라오고 정책 환경이 뒷받침되고,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이 기후테크에 집중되고 있어 큰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세션에는 소풍벤처스가 투자한 5개 기후테크 회사가 등장해 IR을 진행했다.

첫 발표자로는 ‘그리드큐어’의 장승진 대표가 나섰다. 그리드큐어는 수소, 천연가스를 포함한 모든 종류 에너지 운반에 사용되는 배관의 상태를 진단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송전선, 해저 케이블 등 전력 등 에너지 운송 과정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에너지 운송을 중지해야 했다. 끊어짐 없는 에너지 운반을 위해서 정전을 감수해야 하는 모순이 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에너지 운반 케이블이나 배관 자체를 점검하지 않다가, 큰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대응하곤 했다. 최근 유럽 등지에서 일어난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만든 것도 이같은 ‘점검 부재’로 나타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리드큐어는 정전 없이 단 1분 만에 점검을 완료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장승진 대표는 “고장 지점을 탐지하는 등 상태 모니터링에서 나아가 국가와 지역의 큰 자산인 ‘에너지 운송망’을 중요 자산으로 보고 이에 대한 자산관리 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한다”고 했다. 이들은 미국 등지에서 솔루션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이며, 국내에도 서부발전 등 공기업과 협업 중이다. 이 과정에 삼성, 현대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의 협력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장 대표는 “기후테크 기업은 인류의 숙제를 푸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돈도 잘 벌 수 있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했다.

다음으로는 ‘무인탐사연구소(UEL)’의 발표가 진행됐다. 무인탐사연구소는 무인 달 탐사 로버를 개발하는 우주탐사 기업이다. 무인탐사연구소의 대표 기술은 소형 달 탐사 로버 ‘스캐럽(Scarab)’과 초소형 위성 ‘율리시스(UEL-Y-Sys)’ 등이다. 스캐럽은 국내 최초 달 탐사 로버 모델로 소형화, 경량화 모델로 주목받았다.
무인탐사연구소의 미래 비전은 이미 현실화 단계를 밟고 있다. 해양탐사장비에 대한 위성 데이터 보정을 나사와 함께 진행했고, 올해 11월로 예정된 누리호 4차 발사에 부탑재 위성에 주요 부품을 납품한다. 조남석 대표는 “이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일을 할 것”이라며 “이미 국회우주총회에서 미국 달 착륙선 회사와 계약을 마치고 2027년 자체 달 탐사 로버 발사 수행 계획을 가시화한 단계”라고 밝혔다.
조남석 대표는 “인류의 성장을 위해선 우주 진출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우주 탐사 기술은 미래를 대비하는 일인 동시에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라며 “막대한 우주 광물 개발, 국방과 안보 문제 해결 등 미래를 위해 중요하지만 동시에 건설 현장 관리, 미세먼지 관리 등 지금 닥친 심각한 문제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 등장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해상풍력 발전 설비를 개발하는 ‘콤스(KOMS)’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김연국 CTO는 “먼저 풍력발전은 국가를 죽이고, 경제성이 없다는 오해부터 풀고 싶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풍력발전은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이 막대한 것은 맞지만, 실제 운영 비용과 심각해지는 기후 문제로 인한 리스크 대응 비용이 현저히 낮아 장기적으로는 화력발전에 비해 경제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김CTO는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풍력발전 잠재량의 절반만 가동해도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간 막대한 초기 설치 비용이 이를 가로막았다. 자재를 특수 선적으로 바다 위의 설치 지점으로 이동시켜 해상에서 작업하는 데 오랜 기간과 큰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콤스는 이 문제를 해결한 ‘K-WIND’기술을 내놔 큰 주목을 받았다.
김 CTO는 "K-WIND 기술운 하부구조를 인근 연안에서 조립한 후 예인선으로 이동, 자가설치 가능하도록 한 독자 기술 모델" 이라며 " 설치 비용을 70%까지 절감시켰고, 설치에 드는 기간도 평균 약 35일에서 단 일주일로 줄였다"고 했다.
김연국 CTO는 “콤스는 대우조선 등 한국 해양계의 베테랑이 모여 창업한 회사”라며 “독자적인 기술로 풍력발전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자신했다.

네번째로 등장한 곳은 전기차 폐배터리 해체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 중인 ‘토트’다. 기존 폭발 등 안전사고 문제, 화재 과도한 비용 등이 문제로 대두됐던 전기차 배터리 해체를 자동화하는 로봇 ‘디스맨틀봇’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연사로 등장한 이상형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인 다품종 배터리를 정확도 99%로 인식 가능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따”면서 “이미 사용한 배터리라 사용 및 관리 상태에 따라 어떤 리스크가 발생할지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 큰 이슈인데, 토트의 자체 기술은 이에 대응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확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트는 관련 특허만 48개를 보유했다.
토트는 기술 상용화를 위해 폐배터리 수거 시스템 및 자원순환 센터도 확보할 계획이다. 이미 전북, 군산, 제주 등지에 플래그십 거점 센터를 마련했다. 이를 기반으로 자원순환 루프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대기업과 협업해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중이며, 신규 배터리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됨에 따라 관련 구독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상형 대표는 “폐배터리 관련 전처리의 전처리를 전담하는 회사로 시장에 깊이 뿌리내릴 것”이라며 “폐배터리 관련 폐기물 및 자원순환 분야의 선도 기업이 되겠다”고 했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기업은 ‘하이리움산업’이다. 모빌리티에 필요한 수소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인 하이리움은 2014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팀이 창업한 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100% 순수 액화수소 생산 및 저장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메탄올을 통해 기체, 액체수소를 생산하는데 이를 운반할 운송 탱크, 드론과 관제차량은 물론 수소 충전소까지 운영한다. 수소 관련 특허만 152개를 보유했다. 운송 효율도 기존 솔루션의 12배가 넘는다. 이같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군, 지자체 등 국가는 물론 삼성, 현대, SK등 국내 대기업과 미국 알라카이사, 중국 샤크맨사 등 해외 납품도 이뤄지고 있다. 하이리움산업은 전국에 250개가 넘는 수소 충전소를 지었는데, 현재 이동형 충전소도 개발 중이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정재봉 CSO는 “우리 기업의 기술력으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9번째로 액화수소를 자체 생산하는 나라가 됐다”면서 “수소 혁신을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